20년전 일진이었고 당시 학폭에 대한 체벌로 엉덩이가 괴사했습니다.

레벨아이콘 회원_564803729
조회 35 21.01.13 (수) 00:30

나같은 놈도 허물없이 받아줄 커뮤니티가 있는지 모르겠네요.
사는게 버겁고 지칠때마다 잘못 산 과거에 대한 회한에 사로잡힙니다.
우리 인생은 과거로 돌아가 다시 살 수 없죠.
한번 잘못한 게 있으면 나중에 후회해도 바뀌지 않습니다.
전 20년전 고딩때 내로라하는 문제아였습니다.
중학교 꼴찌로 졸업하고 불량아들만 모이기로 유명한 공고에 갔는데 거기서도 꼴찌였어요.
시험날엔 아예 학교에 나가질 않아서 백지제출로 0점 처리됐었죠.
그냥 그때는 학교도 싫고 사회도 싫고 분노만 가득했었습니다.
제 시간 맞춰 등교한 적도 없고 걸핏하면 무단조퇴에 숙제한번 해간 적이 없었어요.
담배 손대는 건 기본이었고 친구들 괴롭히고 시비걸고 행패부리면서 그렇게 버러지처럼 살았습니다.
20년전에는, 특히 공고는 체벌이 대단했는데 전 하루가 멀다하고 뒤지게 맞았습니다.
맞다가 하키채 부러지는 것 정도는 저한텐 늘상 있는 일이었습니다.
고딩 3년 내내 심한 체벌로 하루도 엉덩이가 성한 날이 없었습니다.
매맞고 피고름이 터져서 바지와 엉덩이가 들러 붙어 떨어지질 않았고 그렇게 교복바지 수십벌을 갖다 버려야 했습니다.
선배들이 남긴 구제바지는 다 제가 가져다 입었을 정도입니다.
교내봉사로 그 넓은 운동장을 혼자 청소하거나 팔빠지도록 반성문 쓰거나 다섯시간넘게 벌을 서기도 했죠.
그땐 왜 그렇게 살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친구 물병을 식초랑 소주 섞은 걸로 바꿔치기 했다가 학교 뒤집어진 적이 있는데 여느때처럼 상담실에 불려가 주임선생님께 죽기 직전까지 맞았습니다.
하키채며 각목이며 마대자루며 몽둥이란 몽둥이가 다 부러질 때까지 맞았었고 그 정도가 돼서야 입에서 잘못했다는 말이 나오더군요.
그때 손이 발이 되도록 빌었는데 선생님께서 저라는 새끼 사람 만들어 보려 작정하셨는지 정말 모질게 매를 드셨습니다.
용서는 니가 괴롭힌 친구에게 빌으라고, 니가 천성이 나쁜놈은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실망했다고 하시면서 이까짓 매에 자기 아픈건 알면서 그간 괴롭힌 친구들 아픈건 모르겠냐고 하시는데 순간 머리가 멍해지더라고요.
그날 다맞고 자취방에 돌아와서는 까무러쳤는데 오른쪽 엉덩이가 찢기고 패이다 못해 완전히 썩어들어가서 살점을 다 도려내야 할 정도였습니다.
아래 사진은 그때 이후로 남은 괴사흉터입니다.
흉터뿐만 아니라 통증후유증까지 남아서 고생입니다.
지금 30대 후반인데 나이 먹을수록 오른쪽 엉덩이 통증이 점점 더 심해지네요.
그렇게 벌받은 덕분에 퇴학 면하고 그때 피해친구에게 용서를 받았지만 그렇다고 제 죄가 없어지는 건 아니란거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와 잘못산 인생이 너무 후회돼서 다른 분들 조언 구하려고 작년말부터 커뮤니티 이곳저곳에 같은 하소연을 반복했습니다.
욕과 저주와 조롱이 대부분이었지만, 간혹 힘내라고 위로해 주는 분들을 뵐때마다 잠시잠깐만이라도 기운이 났는데 그렇게 위로를 구걸하고 다니는게 해결책이 아니란걸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래. 선생님의 매가 없었더라면 난 더 깊은 수렁속으로 빠져 들었을 거고 더 큰 사고나 치고 다니다가 소년원에 가거나 인생이 더 꼬였을수도 있는데 매일같이 엉덩이 터지도록 맞은 덕분에 더이상 사고 안치고 나중에 맘잡고 살게 됐으니 다행으로 여기고 감사하자."고요.
그리고 지금 엇나가는 아이들이 나중에 저처럼 평생 후회하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라도 빨리 정신차렸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자꾸 우울증이 도지고 하루하루 삶의 무게를 견디기가 힘드네요.
유머 게시판이지만 우리 인생이 곧 유머고 다양한 살아가는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다는 공지를 보고 글 남겨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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